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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활동가/숲⦁생태⦁환경수업자료

아름다운 꽃…그윽한 茶香…모과나무의 ‘치명적 유혹’

by 별꽃74 2025. 11. 3.

아름다운 꽃…그윽한 茶香…모과나무의 ‘치명적 유혹’

아름다운 꽃…그윽한 茶香…모과나무의 ‘치명적 유혹’ - 한국아파트신문

공동주택 화단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매월 관목 한 종류와 3~4종의 초화류로 소개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11월 늦가을, 파란 하늘 아래 노랗게 익어가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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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 : 11월의 정원]
못생긴 열매 마음 편안하게 해줘
수령 500년된 천연기념물도 있어
주변 맥문동・돌단풍과 잘 어울려
 
공동주택 화단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매월 관목 한 종류와 3~4종의 초화류로 소개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11월 늦가을, 파란 하늘 아래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가 관목 중심을 벗어나 소교목인 자기도 소개해 달라 조릅니다. 못생겨서 놀란다는 그 모과의 넉살 좋은 미소로 말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밴 모과 고목 아래에는 무엇이 있으면 잘 어울릴까요? 민들레나 여뀌 같은 작은 풀씨들이 자유롭게 날아와 자라는 것도 좋지요. 근원 주변에는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돌단풍을 심고, 넓게는 맥문동을 깔아 초록과 보랏빛 융단을 만들며, 바깥쪽에는 산국과 감국을 자유롭게 심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장면을 그려봅니다.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서도 심신의 안정과 평화, 감성의 풍요를 줄 수 있는 공동주택 화단이랍니다.

경남 창녕군 남지읍 소재 모과나무 / 이정래 제공)

◇ 모과나무(Chinese quince)
 
4월 중순에 수줍은 색시 보조개 같은 연분홍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초록 잎새 사이 싱그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맺습니다. 가을에는 잎을 떨구며 초록색 열매가 황록색이 됐다가 노랗게 익다 못해 갈변하며 툭툭 떨어집니다. 회색 껍질을 스스로 벗겨내며 만드는 얼룩덜룩 무늬의 수피도 멋스럽고, 가지를 잘 다듬으면 그 수형까지도 근사한 조경수입니다.
 
모과(木瓜)는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목과(木瓜)가 변한 단어입니다. 사실 노랗게 잘 익은 열매는 크기, 모양, 색깔까지 참외를 닮았습니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로 중국 원산이며, 주로 중부 이남에서 심어왔으나 지금은 중부지방에서도 잘 적응합니다. 

모과꽃

낙엽 소교목으로 높이는 5~10m까지 자랍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길이는 5~8㎝에 달하고,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양성화며 지름 2.5~3㎝ 정도로, 꽃받침잎에 가는 톱니가 있고 꽃잎은 5장, 분홍색입니다. 열매는 이과(梨果)로 긴 타원형이며 길이 10~15㎝에 이르고 향기가 그윽합니다. 9~10월에 황색으로 익습니다. 열매는 차나 과실주로 담그기도 하고, 한방 약재로도 널리 쓰입니다. 모과는 수확을 목적으로 심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정집 정원수나 공원, 공동주택 화단의 관상수, 분재용 형상수로도 인기가 좋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말이 있죠. 이처럼 모과를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처럼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분홍빛으로 앙증맞게 피는 꽃이 아름다워 놀라고, 울퉁불퉁 못생긴 열매에 놀라고, 그 열매가 시고 떫어서 놀라고, 모과차의 맛과 향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모과나무의 꽃말은 ‘유혹’입니다. 필자는 모과나무의 유혹에 여러 번 반해버렸습니다. 못생겼다지만 친근하게 생긴 데다 색감도 곱고 향기까지 좋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합니다. 그래서 마트 청과 코너에 진열된 모과만 봐도 눈이 번쩍 뜨여 해마다 집으로 불러들여 창가에 두거나 차 뒤편에 두고 모과청을 담그곤 합니다.
 
시를 쓴다고 문인들을 따라다니던 20대 후반,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던 인사동 찻집 ‘귀천’에 갔다가, 투박한 잔에 그득히 담겨 나온 따뜻하고 깊은 향기에 반해 그 후로도 몇 번 더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

단지에서 수목 전지 후 웃자란 가지가 나오는 것을 보면, 모과나무는 수세가 얼마나 강한지 잘린 마디마다 빙 둘러 새 가지가 돋아납니다. 그 가지를 제거하던 어느 4월, 전년도에 자란 가지에 봉긋봉긋 피어난 연분홍 꽃봉오리를 처음 봤는데, 어찌나 고운지 또 한 번 반하고 말았습니다. 더디 자라는 특성 덕분에 치밀하게 굵어진 근육질 수피는 울퉁불퉁해도 듬직하고, 얼룩덜룩한 수피 또한 매력적입니다.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왔을 것이다.’ (안도현 ‘모과나무’)
 
모과나무는 그냥 서 있습니다. 비를 피하지 않고 한사코 그 자리에 서서 비를 맞습니다. 가지 끝의 푸른 모과 몇 개를 지키고 있기에. 모과나무 대신 ‘그’나 ‘그녀’를 넣으면 금세 느낌이 옵니다. 누구의 모습이 겹쳐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견딤’이 많은 것들을 유지하게 하고, 가능하게 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수령 500년 추정)도, 경남 창녕군 남지읍 성사리의 모과나무(수령 450년 추정)도 그 세월을 묵묵히 견뎌왔을 것입니다. 온화하고 기쁜 날들도 있었겠지요. 더디게 강하게 자란 모과나무의 목재는 단단해 장식재나 조각재, 가구재로 쓰입니다. 놀부가 좋아하던 화초장도 모과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모과나무를 심을 생각이면 4~5년생 이상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생묘(씨앗 번식 나무)의 경우, 열매가 열리기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종자를 채취해 한데 묻어뒀다가 봄에 심으면 잘 발아합니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추위에도 강하고 염기와 공해에도 강합니다. 토심이 깊고 비옥한 땅을 좋아합니다. 전지·전정은 11월에서 2월 초 사이에 하고, 웃자란 가지가 많이 나오는 4월 초까지 새순을 제거해 주면, 나무의 영양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모과나무의 붉은별무늬병은 향나무에서 녹병을 일으키는 균이 날아와 시작되므로, 20m 이내 근거리에 향나무와 모과나무를 함께 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비 온 후 향나무에서 발아된 균이 배나무, 사과나무, 명자나무, 모과나무 등 장미과 수목에 옮겨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 병은 겨울에 포자가 발아하기 전에 약제를 뿌리거나, 비가 온 직후 방제하면 효과적입니다.

맥문동

◇ 모과나무와 어울리는 초화류들
 
▷ 맥문동(Big blue lily turf)
모과가 굵어지고 노랗게 익어갈 때, 파란 가을 하늘빛을 닮은 맥문동의 보랏빛 꽃물결이 어우러집니다. 모과가 익어 툭툭 떨어질 때, 그 아래 초록색 융단처럼 깔린 맥문동의 이파리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 사이에서도 초록색 맥문동잎이 충분한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반음지 식물로 키 큰 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므로 관목이나 교목 아래 어디서든 어울립니다.

산국

▷ 감국(Indian dendranthema)과 산국(Northern dendranthema)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와 단풍 든 잎새 사이로 감국이나 산국이 피어나면 가을의 정취가 완성됩니다. 모과와 국화의 향기가 퍼질 때 가을의 풍요와 감성이 함께 무르익습니다.

돌단풍 꽃

▷ 돌단풍(Maple-leaf mukdenia)
이른 봄, 꽃을 피우고, 꽃이 진 뒤 무성해진 잎을 잘라주면 새로운 잎과 꽃대를 올려 장마 후 한 번 더 하얀 별모양 꽃무리를 볼 수 있습니다. 늦가을 모과가 떨어진 뒤에도 붉게 물든 돌단풍잎이 겨울 모과나무를 포근히 감싸줍니다.
 

글・사진=정 영 자  l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주택관리사 8회. 조경기능사,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