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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즈는 어떻게 백인이 아닌 흑인의 음악이 되었는가? [강헌의전복과반전의순간]

by hwanghoo1004 님의 블로그 2025. 11. 3.

재즈는 어떻게 백인이 아닌 흑인의 음악이 되었는가? [전복과 반전의 순간 EP.1]


🎺 재즈, 가장 가난한 민중의 '예술 선언'이 되다

우리가 재즈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재즈의 탄생 자체가 인류 예술사에 있어 가장 거대한 전복이었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위대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재즈를 일컬어 "가장 가난한 민중의 일상에서 탄생하여 주류 문화의 반열에 오른 극히 보기 드문 첫 번째 예"라고 정의했습니다 [00:47].

왜 이것이 전복일까요? 역사가 기록된 이래, 소위 '예술'이나 '문화'라는 것은 언제나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지배 계급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재즈는 달랐습니다. 교육받지 못하고, 심지어 노예라는 비참한 신분에서 해방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African Americans)**의 삶 속에서 피어났고 [01:17], 바로 그 비주류의 문화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메인스트림(Mainstream)**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재즈의 등장은 이전의 모든 예술적 권위와 계층 구조를 뒤엎는 사건이었습니다.


🗓️ 1917년: 혁명의 시대에 재즈가 탄생하다

재즈 역사의 물질적 출발점으로 기록된 해는 바로 1917년입니다. 이 해는 러시아에서 로마노프 왕조가 붕괴하고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하는, 문자 그대로 **'세계사적 전복의 해'**였죠 [02:06].

그리고 이 역동적인 해에, 미국의 남부 지방 항구 도시에서 하나의 음반이 발표됩니다. 바로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Original Dixieland Jazz Band, ODJB)**가 발표한 음반입니다 [03:38]. 이 음반을 재즈 역사의 공식적인 출발점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즈는 지식인이나 지배 계급의 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04:25], 그들의 문화처럼 악보나 문헌으로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음악이었기에, 도대체 언제, 어디서 이 음악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물질적인 결과'**가 남은 시점인 1917년 ODJB의 녹음을 재즈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입니다 [04:51].

 

🤯 백인의 주장: "재즈는 백인의 음악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흥미로운 역사적 역설이 등장합니다. 일부 백인 음악 학자들은 재즈의 기원을 두고 **"재즈는 사실 백인의 음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10:19]. 그들의 논리는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

  1. 최초의 음반 연주자: 1917년 최초의 재즈 음반을 발표한 ODJB의 모든 구성원은 백인이었습니다 [10:46].
  2. 악기의 발명: 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등 모든 악기는 백인들이 만든 것입니다. 흑인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악기는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거의 없었죠 [10:50].
  3. 음악적 규칙: 화성학, 대위법 등 악기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음악의 룰(Rule), 즉 '이론' 또한 백인들이 만든 것입니다 [11:08].

"첫 판도 백인, 악기도 백인, 규칙도 백인. 그럼 이건 백인의 음악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당면했을 때 [11:29], 우리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 하나의 요소가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과 정신'**입니다.


🎷 재즈의 본질: '엄격한 음악'과의 결정적 차이

재즈가 백인의 음악이 될 수 없었던 이유, 그리고 재즈의 진정한 본질은 클래식 음악과의 대비를 통해 명확히 드러납니다. 미국의 위대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은 클래식 음악을 **"엄격한 음악(Strict Music)"**으로 정의했습니다 [06:27].

 

🎼 클래식: 작곡가의 악보가 '법칙'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연주자는 작곡가가 정해놓은 악보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06:47].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라고 지시된 부분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할 수 없으며, 작곡가가 의도한 음색과 구조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07:33]. 여기서 연주자는 **'법칙을 지키는 해석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 재즈: '오늘의 연주'는 내일 연주할 수 없다

반면 재즈는 "엄격한 규칙이 없습니다" [07:44]. 악기 구성도 연주자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어제와 오늘 저녁이 다릅니다 [07:53].

이것을 우리는 흔히 **'자유로운 예술'**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정의되지 않고, 지시되지 않은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08:58].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 **레스터 영(Lester Young)**의 일화는 재즈의 본질을 완벽하게 함축하고 있습니다 [08:08]. 한 레코드사 사장이 몇 년 전 술집에서 들었던 그의 연주에 감명받아 음반을 내자고 했을 때, 레스터 영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때 연주한 곡을 지금은 연주할 수 없습니다." [08:34]

 

이것이 바로 재즈입니다. 재즈는 **즉흥 연주(Improvisation)**와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연주자가 그 순간의 감정과 영감을 악기에 불어넣는 **'행위의 예술'**입니다. 백인들이 만든 악기와 규칙을 사용했지만, 그 위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감성, 리듬, 그리고 구전(口傳) 문화를 얹어 **'영혼'**을 부여한 것입니다. 즉, 재즈는 백인의 음악 문화 전통 위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전복을 통해 획득한 음악인 것입니다 [12:35].


🌃 재즈의 어원: 뉴올리언스 홍등가에서 피어난 단어

재즈(J.A.Z.Z)라는 단어의 어원 또한 그 음악의 비주류적인 탄생 배경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어느 누가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기에, 할 일 없는 학자들이 온갖 '믿거나 말거나' 식의 학설을 만들어냈죠 [13:20]. 이 모든 학설의 공통점은 재즈의 기원이 뉴올리언스의 '껄쩍지근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18:37].

  1. 'Jass it up' 설 (금메달): 가장 널리 알려진 설로, **'Jass it up'**이 변형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말은 당시 미국 남부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 쓰이던 속어로, 성적인 흥분이나 자극을 뜻하는 관용어였습니다 [14:02]. 쉽게 말해, **"아 꼴려(흥분돼)"**와 같은 의미로 해석되며 [15:03], 재즈 음악의 정열적이고 리듬감 있는 분위기를 잘 설명해 줍니다.
  2. 'Jives S' 설 (은메달): 'Jives' (흑인 창녀를 뜻하는 속어)와 'Jass' (매춘 행위)의 결합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5:35].
  3. 'Charles' 설 (동메달): 1910년대 홍등가에서 호객꾼(삐끼)들의 예명 중 가장 흔했던 이름이 **'찰스(Charles)'**였는데 [17:48], "찰스! 찰스!"라고 부르던 것이 '찰스턴(춤)'과 함께 '재즈'로 변형되었다는 엽기적인 주장도 있습니다 [18:07].

어떤 설이 맞든, 이 모든 어원론은 재즈가 홍등가, 사창가, 나이트클럽 등 항구 도시 특유의 서민적이고 퇴폐적인 공간에서 태동했음을 가리킵니다 [18:49]. 이는 재즈가 주류 상류층의 우아한 살롱 문화와는 거리가 먼, 길거리의 음악이었음을 증명하는 셈이죠.


🇫🇷 뉴올리언스: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도가니'

재즈 탄생의 배경인 **뉴올리언스(New Orleans)**는 이 모든 혼종 문화가 가능했던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19:39].

  • 프랑스령의 유산: 뉴올리언스의 이름은 프랑스어 **'오를레앙(Orléans)'**에서 유래했습니다. 루이지애나 주가 원래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이죠 [19:53]. 나폴레옹 전쟁 패배 후 1813~1814년경에 비로소 영국/미국령으로 넘어갔습니다 [20:22].
  • 앵글로색슨 vs. 프랑스: 주류인 **앵글로색슨 계통(영국계)**은 엄격하고 권위적이며 교조적인 문화를 가졌습니다 [20:50]. 반면 프랑스계는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철없는 컨셉이 강했습니다 [21:19].
  • 크레올(Creole)의 탄생: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항구 도시의 특성이 겹쳐, 뉴올리언스는 인종의 용광로였습니다 [21:33]. 특히 프랑스 남성들은 흑인 여성 노예들과의 관계를 통해 혼혈 자녀를 많이 낳았는데, 이들이 바로 크레올입니다 [24:05].
  • 크레올의 역할: 프랑스인들은 크레올 자녀들을 단순 노예로 취급하지 않고,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의 기초 교육을 시키고 농장 일보다는 서비스직에 종사하게 했습니다 [24:40]. 이는 크레올들에게 악기를 접하고 연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25:21]. 그들은 유색인종 중에서는 최초로 백인들의 악기와 교습법을 통해 연주 능력을 갖춘 계층이었습니다.


🎹 랙타임: 재즈로 가는 결정적인 '징검다리'

재즈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완전한 음악으로 진화하기 전, 크레올들에 의해 만들어진 중요한 과도기적 연주 양식이 있습니다. 바로 **랙타임(Ragtime)**입니다 [25:56].

  • 크레올의 음악: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주로 피아노로 연주되었던 랙타임은 크레올의 음악이었습니다. 백인들로부터 배운 유럽식 피아노 연주법에 아프리카의 리듬을 가미한 '완벽한 하이브리드' 형태였습니다.
  • 스코트 조플린: 크레올 출신인 **스코트 조플린(Scott Joplin)**이 만든 **"The Entertainer"**와 같은 곡이 유명합니다. 이 곡은 1971년 영화 *스팅(The Sting)*의 주제가로 쓰여 대박을 치면서 랙타임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26:08].

이처럼 재즈는 처음에는 백인의 도구와 형식에서 출발하여, **백인과 흑인의 혼혈(크레올)**이 만든 랙타임이라는 징검다리를 거친 뒤, 궁극적으로 오리지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손에 의해 비로소 재즈라는 형태로 완성되는 진화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26:46].

결론적으로, 재즈는 백인의 음악적 도구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혼과 정신이 융합하여, 가난하고 억압받던 민중의 일상과 삶의 애환을 담아낸 소리로 승화된 결과물입니다. 그야말로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이었으며, 도구는 백인의 것이었을지언정, 그 영혼과 본질은 오롯이 흑인의 음악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