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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 쓸모없는 것들의 존재론, 이진경 [불교를철학하다09]

by csr1974m 2025. 8. 22.

공 : 쓸모없는 것들의 존재론 [이진경 교수의 철학이 묻고 불교가 답하다 9편]

1부: '공(空)', 비어 있음이 아닌 '규정성'의 부재 🌌

강연은 '공(空)'이라는 개념에 대한 흔한 오해를 짚어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공'을 영어로 'empty-ness', 즉 '텅 비어 있음'으로 번역하면서, '없음(無)'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는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됩니다. 교수님은 '공'이 단순히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의 '규정성(規定性)'이 비어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규정성이란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고정시키는 속성을 말합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강연자는 매우 흥미로운 비유를 사용합니다. 바로 **'달걀'**입니다. 🥚 달걀은 그 자체로는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닭이 품으면 병아리가 되고 🐣, 사람이 먹으면 맛있는 음식재료가 되며 🍳, 화가가 사용하면 그림의 물감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 이처럼 달걀의 본성은 그 자체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만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건과 만나기 이전의 달걀은 어떤 상태일까요? 그것은 '음식재료'도 아니고, '병아리'도 아닌, 어떤 규정성도 갖지 않은 **'미규정성(未規定性)'**의 상태에 있습니다. 바로 이 '규정성이 비어있는 상태'가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어 있음'이 단순히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규정성의 달걀은 '음식재료가 될 가능성', '병아리가 될 가능성' 등 무수히 많은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은 '아무것도 없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을 '열려 있음(open-ness)'으로 번역하는 최근의 시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


2부: 반야심경의 역설, 음악으로 풀어내다 🎶

강연의 압권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난해한 구절인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을 서양음악의 역사를 통해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

(1) 불구부정(不垢不淨): 소음과 음악의 경계 🎧

서양의 클래식 음악은 전통적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규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작곡가들은 소음과 잡음을 음악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 도시의 소음, 기계소리, 심지어 침묵까지도 음악적 소리로 포함시켰죠. 🏙️ 이는 소리가 본래부터 더러운 소리, 깨끗한 소리, 혹은 음악적 소리와 비음악적 소리로 나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리는 어떤 의도와 조건, 즉 작곡가의 의도와 청취자의 태도에 따라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소음'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불구부정'은 이처럼 본래부터 더럽거나 깨끗한 것은 없다는, 모든 규정성을 부정하는 깊은 깨달음인 것입니다.

(2) 부증불감(不增不減): 소리의 잠재성 🤫

그렇다면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부증불감(不增不減)'**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조용한 곳과 시끄러운 곳에 있는 소리의 양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원적인 능력, 즉 공기가 파동이 되어 소리가 될 수 있는 '잠재력' 자체는 어디에서나 동일합니다. 🌬️ 이 잠재력은 소리가 많거나 적음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불성(佛性)'**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불성)이 있으며, 이 불성은 우리가 아무리 어리석은 행동을 하더라도 결코 줄어들지 않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3) 불생불멸(不生不滅): 소리와 잠재력의 관계 💫

마지막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은 어떨까요? 우리가 말을 할 때 소리는 '생겨나고' 🗣️, 말을 멈추면 소리는 '사라집니다' 🔇. 하지만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기의 파동 능력 자체는 우리가 말을 하든 안 하든 생겨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학생', '직장인', '부모'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그 규정성 너머의 본질적인 '존재의 잠재성'은 결코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3부: 존재론적 '공(空)', 규정성 너머의 진실을 보다 🎬

강연은 '공'의 개념이 우리 자신과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합니다. 🧘‍♂️ 우리는 자신을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규정성으로 정의하려 합니다. '나는 강사', '나는 어머니', '나는 누구의 아들' 등 여러 이름표를 붙이죠. 하지만 이러한 이름표들을 모두 떼어내면, 규정되지 않은 '나'가 남습니다. 이것은 '없음'이 아니라, '강사가 될 수도 있고, 어머니가 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나'입니다. 이 잠재력, 즉 '변화능력'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나의 공성(空性)'**인 것입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복제인간 이야기는 이러한 '공'의 존재론적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복제인간은 '복제인간'이라는 규정성 아래 존재하지만, 그가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 즉 '눈으로 보았던 것들'은 '복제인간'이라는 규정성만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실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처럼 '공'은 어떤 존재를 규정하는 이름표나 범주를 넘어, 그 존재가 가진 복잡하고 심오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실패자'라고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이 가진 무한한 잠재성과 삶의 풍부한 실상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공은 바로 이러한 좁은 규정성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의 본질적인 충만함을 깨닫는 지혜의 길입니다.


4부: '공(空)'의 깨달음, 자유로운 삶을 향한 초대 ✨

이진경 교수님의 강연은 '공'이라는 고대 불교의 가르침이 현대인의 삶에도 얼마나 강력하고 실용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우리는 늘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갇혀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외부의 규정성에서 찾으려 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나'라는 고정된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
'공'의 지혜를 깨달은 사람은 '나는 무엇'이라고 규정하기를 멈추고,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나를 둘러싼 모든 규정성을 내려놓고, 매 순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향해 열려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공'은 허무주의가 아닌, 삶의 모든 순간이 무한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는 희망의 철학인 것입니다. 💕
이 강연을 통해 여러분도 '나'라는 규정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가 가진 충만한 '공성'을 발견하고, 매 순간 자유롭고 새로운 삶을 창조해나가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