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1교시] 신의 음료에서 인간의 음료가 된 술 l full ver l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
🍾 제1장. 술, 신의 음료에서 인간의 역사로: 기원과 분류의 미학
1. 전문가의 경고: 술의 양면성 ⚠️
먼저, 이 강연을 음주를 권장하는 내용으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술은 인류 문화의 보고(寶庫)이지만, 현대 과학은 술의 위험성 또한 명백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을 명백한 발암물질인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절대 안전한 양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01:08]. 술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것과,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지식을 바탕으로 술을 더욱 현명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인류 최초의 술, 꿀술(Mead)의 비밀 🍯
인류가 최초로 마신 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바로 '꿀술(Mead)'입니다 [01:37]. 꿀은 약 70%가 넘는 당분을 포함하고 있어, 자연 상태에서 물과 섞이거나 공기에 노출되기만 해도 쉽게 발효되어 술로 변합니다. 수렵 채집 시대부터 인간은 자연 발효된 꿀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01:51].
이 꿀술의 흔적은 우리 일상 깊숙이 남아 있는데, 바로 '허니문(Honeymoon, 신혼여행)'이라는 단어입니다 [01:59]. 고대 게르만족은 결혼 후 남녀가 한 달 동안 꿀술을 마시며 함께 지냈다고 합니다. 이는 꿀술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자양강장 기능을 알았기 때문이며, '꿀과 같이 달콤한 한 달'이라는 뜻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02:29]. 인류는 이렇게 자연 발효의 현상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농업혁명을 통해 곡물을 재배하고, 발효를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02:40].
3. 술의 이분법: 양조주 vs. 증류주 📊
시중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류의 술은 제조 방식에 따라 단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발효주(양조주, Fermented Beverage)와 그 발효주를 다시 가열하여 정제한 증류주(Distilled Spirit)입니다 [03:08].
- 발효주 (양조주): 과일이나 곡물을 발효시켜 만듭니다. (예: 와인, 맥주, 막걸리, 사케)
- 증류주: 발효주를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풍미를 농축합니다. (예: 위스키, 보드카, 럼, 소주, 진)
이 두 가지 원리, 즉 발효와 증류의 원리만 이해해도 술의 세계 절반 이상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03:45].
4. 발효의 과학: 당분과 효모의 마법 ✨
발효는 기본적으로 당분(Sugar)이 효모(Yeast)와 만나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분해되는 과정입니다 [04:00].
- 재료: 발효를 일으키는 핵심은 '당'입니다.
- 주체: 이 당을 분해하는 '효모'가 필요합니다.
- 환경: 이 과정에서 산소(Oxygen)는 가급적 없어야 합니다 [04:18]. 산소가 개입되면 알코올이 아닌 초산(식초)이나 물이 생성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술이 시어버립니다.
이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는 술이 익을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이며, 맥주나 샴페인에서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04:51]. 심지어 빵을 만들 때도 이스트(효모)가 밀가루 반죽 속의 당을 분해하면서 탄산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가 빠져나간 흔적이 바로 식빵의 단면에서 보이는 수많은 구멍들입니다 [05:27]. 발효는 곧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생성하는 자연의 연금술인 셈입니다.
🍇 제2장. 발효주의 두 기둥: 와인과 맥주를 탐구하다
자연 발효의 원리를 깨달은 인류는 이제 포도를 통해 와인을, 그리고 곡물을 통해 맥주를 빚어내며 음료 문화의 지평을 넓힙니다.
1. 신의 물방울, 와인(Wine)의 탄생과 발전 🍷
꿀술 다음으로 인류가 만든 술은 과일을 이용한 와인입니다 [05:51]. 인간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닌, 포도가 가진 몇 가지 결정적인 장점 때문이었습니다.
- 극도로 높은 당도: 와인 제조용 포도 품종은 식용 포도(14~16%)나 샤인머스켓(18~20%)보다 훨씬 높은 25%~26%의 당도를 자랑합니다 [06:49]. 이는 발효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 물 부족 시대의 해결사: 고대 유럽은 석회질이나 나트륨 성분으로 인해 식수가 좋지 않았습니다 [07:05]. 그런데 와인은 술을 빚을 때 물이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로지 포도의 과즙 자체만으로 술을 만들기 때문에, 와인은 물이 귀했던 유럽인들에게 '신이 주신 신의 물방울'과 같았습니다 [07:35].
- 척박한 땅의 축복: 포도나무는 기름진 땅보다 오히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랍니다 [07:37]. 뿌리가 깊이 내려 땅속 영양분을 흡수하며, 이는 곧 포도의 풍부한 향과 맛으로 이어집니다.
- 천연 효모: 발효에 필요한 효모가 포도 껍질 자체에 붙어있어, 포도를 으깨기만 해도 자연스레 술이 됩니다 [08:12].
와인 보관 기술의 혁신: 암포라, 오크통, 유리병 🏺
와인의 역사는 곧 보관 기술의 발전사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크토의 묘)에는 포도 수확부터 발로 밟아 으깨는 과정, 그리고 와인을 암포라(Amphora)라는 토기 항아리에 담는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08:55]. 이집트 사람들은 이 암포라를 진흙으로 밀봉하여 와인을 장기 숙성시키는 기술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10:03].
이후 와인 보관에 참나무(Oak)로 만든 오크통(Barrel)이 등장하며 와인은 결정적인 도약을 맞이합니다 [10:35].
- 오크통의 장점: 나무 자체의 향을 와인에 부여하고, 그을린 통은 살균 및 여과 작용을 합니다 [10:51]. 무엇보다 나무통은 와인이 '숨을 쉬도록' 하여 산소를 적절히 공급합니다.
- '배럴'의 유래: 오크통을 뜻하는 '배럴(Barrel)'은 19세기에 석유가 처음 채굴되었을 때, 액체인 원유를 담을 통이 없어 와인통을 재활용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늘날 석유 거래 단위인 '1배럴(약 159리터)'은 여기서 기원합니다 [11:41].
17세기에는 유리병이, 18세기에는 오늘날과 같은 길쭉한 와인병이 발명되었고, 코르크 마개의 등장으로 와인 보관은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됩니다 [12:35].
루이 파스퇴르의 위대한 기여 🔬
와인의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한 과학적 기반을 다진 인물은 바로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입니다 [13:05].
- 저온 살균법 (Pasteurization): 수출 과정에서 와인이 쉽게 쉬어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스퇴르는 와인 속의 초산균(Acetic acid bacteria)이 원인임을 밝혀냈습니다 [13:39]. 약 60~70°C의 저온에서 20~30분간 끓이면 초산균이 사라지더라는 이 방법은 와인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유를 포함한 대부분의 식품 보존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4:15].
- 산소의 역할 규명: 파스퇴르는 발효 과정에서는 산소 개입을 막아야 하지만, 숙성될 때는 일정량의 산소가 공급되어야 와인이 잘 익는다는 점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15:08]. 오크통이 적절히 산소를 공급한다면,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는 숙성이 끝난 와인을 산소 접촉 없이 보관하여 수십 년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16:03].
2. 곡물의 지혜, 맥주(Beer)의 번성 🍺
과일에서 곡물로 술의 재료가 확장된 것은 인류에게 안정적인 술 공급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16:19].
곡물로 술을 빚는 이유 🌾
- 재배 용이성 및 수확량: 곡물은 포도나무보다 재배하기 쉽고 빨리 자라며,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습니다 [16:35].
- 보관의 이점: 포도는 수확 후 빨리 상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즉시 술을 빚어야 하지만, 곡물은 수확 후에도 잘 보관할 수 있어 1년 내내 술을 빚을 수 있고, 생산지와 다른 지역에서도 제조가 가능합니다 [16:58].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마법, 당화(糖化) 🧪
포도는 자체 당분을 가지고 있어 효모만 있으면 바로 알코올이 되지만, 곡물은 대부분 전분(Starch)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맛이 없습니다 [17:48]. 따라서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분을 당분으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전분 분해 효소(단화 효소), 즉 아밀라아제(Amylase)입니다 [18:09]. 아밀라아제가 전분에 작용하면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고, 이후 효모가 이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원리입니다.
맥주의 기원과 수도원의 역할 🙏
맥주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밀과 보리로 빵을 만들다가 발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18:51]. 발효된 빵이 뜨거운 물에 들어갔을 때 부글부글 끓으며 술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초기 맥주는 빵 찌꺼기가 남아 밑에 깔렸기 때문에, 고대 수메르인들은 긴 빨대를 꽂아 윗부분의 맑은 술만 빨아 마시는 모습이 벽화에 남아 있습니다 [19:36].
맥주는 일조량이 적고 기온이 낮은 북유럽과 영국에서 보리를 이용해 크게 번성합니다 [20:41]. 특히,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이 맥주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21:15].
- 금식 기간의 허용: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에 물만 마실 수 있었는데, 맥주가 액체라는 이유로 물 외에 유일하게 허용된 음식이었습니다 [21:29].
- 기술의 기록: 당시 문맹이 많았던 유럽인들과 달리 수도사들은 기록에 능숙했기 때문에, 맥주 제조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21:48].
이러한 수도원의 전통은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처럼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며 훌륭한 품질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2:22].
🥃 제3장. 정신의 정수, 증류주의 세계로: 소주꼬리부터 위스키까지
발효주가 가진 약점(낮은 도수, 짧은 보존 기간)을 극복하고, 알코올과 풍미를 극도로 농축한 술, 증류주의 역사는 인류에게 강렬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 증류의 원리: 끓는점의 차이 ♨️
증류(Distillation)는 물과 알코올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순수한 물리적 과정입니다 [23:52].
- 물의 끓는점: 100°C
- 알코올의 끓는점: 78°C
알코올 도수가 15% 정도 되는 발효주를 가열하면, 물이 끓지 않는 78°C 근처에서 술 속의 알코올 성분만 먼저 기체(수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갑니다 [24:07]. 이 수증기를 차가운 표면(뚜껑)에 닿게 하여 다시 액체(액화)로 응축시키면, 농축된 알코올이 담긴 증류주가 만들어집니다 [25:17].
한국 전통 증류기인 소주꼬리의 원리가 바로 이를 잘 보여줍니다 [24:46]. 막걸리나 청주(15%)를 끓여 증류하면 약 40°C~50°C의 높은 도수가 되며, 이를 한 번 더 증류하면 80~90°C까지도 도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25:44]. 증류주는 양은 줄지만, 알코올이 농축되고 동시에 술이 가진 풍미가 매우 강렬하게 농축됩니다 [26:10].
2. 세계를 제패한 증류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 🌎
위스키(Whiskey/Whisky)의 자존심 대결 ⚔️
전 세계 증류주 중 가장 유명한 술 중 하나는 단연 위스키입니다 [26:54]. 위스키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제조 방식과 풍미가 전혀 다릅니다. 이 자존심 싸움은 심지어 철자에까지 반영되었습니다 [27:16].
- 아이리시 위스키: Whiskey (-key로 끝남) - 아일랜드 위스키.
- 스카치 위스키: Whisky (-ky로 끝남) - 스코틀랜드 위스키.
미국 법률은 이를 더욱 명확히 구분하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라도 어느 쪽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이 철자를 다르게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8:31].
광기의 술, 진(Gin)의 비극과 부활 🍸
원래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진(Gin)은 17세기 영국으로 건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29:09]. 그 이유는 값싸게 대량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18세기 도시 빈민들에게 진은 물 대신 마시는 음료였습니다. 증류주는 물을 끓여 만들었기에 당시 형편없던 식수보다 오히려 안전했기 때문입니다 [29:50].
하지만 이는 사회적 재앙을 낳았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진에 중독되었고, 이는 '진 크레이즈(Gin Craze)'라는 광기 시대를 만듭니다. 윌리엄 호가스가 그린 판화 《진의 거리(Gin Lane)》는 이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30:29]. 그림 속 모든 인물은 진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고, 아이의 어머니가 술에 취해 아이를 방치하는 비극적인 모습, 술을 사기 위해 가재도구를 전당포에 맡기는 모습 등이 처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30:38]. 영국 정부는 5차례에 걸쳐 진 금지법을 제정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곡물 부족이라는 기근 상황과 맞물려 겨우 진의 광기를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31:18].
이후 진은 칵테일 문화가 발전하면서 진 토닉, 마티니 등의 베이스로 사용되며 악명 높은 술에서 고급 사교용 술로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31:55].
무색·무취·무미를 지향하는 보드카(Vodka) 🧊
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처음에는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Zhiznennya Voda라고 불렸다가, 줄여서 '물'을 뜻하는 Voda로, 그리고 결국 '작은 물'이라는 애칭인 Vodka로 정착했습니다 [32:42].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드카는 무색·무취·무미를 지향하며, 오로지 고도의 순수한 알코올만을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33:09].
러시아인들은 보드카를 아주 철저하게 증류하고, 여러 단계의 여과(숯 여과 등)를 거쳐 맛과 향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33:30]. 이 순수한 고도 알코올은 영하의 온도에서도 얼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추운 기후와 맞물려 아주 차갑게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34:14].
영국 해군과 럼주(Rum)의 낭만 ⚓️
해적선의 이미지가 강한 럼주(Rum)는 사실 영국 해군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34:39]. 럼주의 재료는 당밀(Molasses), 즉 사탕수수 즙에서 설탕을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이 찌꺼기에도 50% 정도의 당분이 남아있어 이를 발효하고 증류하여 럼주를 만들었습니다 [35:04].
럼주는 1600년대부터 무려 1970년대까지 영국 해군에게 매일 지급되었던 공식 배급품이었습니다 [35:47]. 특히, 트라팔가 해전에서 전사한 영국의 영웅 넬슨 제독의 시신을 고국으로 운구하기 위해 큰 통에 럼주를 가득 채워 넣었는데, 도착해보니 럼주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병들이 제독을 추모하는 의미로 술을 마셔버린 것이죠. 이 일화 이후 럼주에는 '넬슨의 피(Nelson's Blood)'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36:59].
📜 제4장. 술이 새긴 역사의 굵은 획들: 전염병과 대항해시대
술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 흑사병(黑死病)이 키운 증류주 산업 💀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흑사병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공포와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37:57]. 사람들은 이 공포를 달래줄 위안이나 병을 피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찾았습니다.
이때, 증류주는 40~50도의 높은 알코올 도수 때문에 불을 붙이면 파란 불꽃이 타올랐습니다 [38:34]. 당시 사람들은 이 파란 불꽃을 '신령한 기운'이나 '특별한 힘'이 있는 존재로 믿었고, 증류주를 마시면 흑사병을 피할 수 있다는 낭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38:44].
이 아이러니한 상황 덕분에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Brandy)나 맥주를 증류한 위스키 같은 증류주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39:04]. 흑사병이라는 비극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증류주 문화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2. 대항해시대를 가능케 한 주정 강화 와인 🧭
15세기 이후 6개월 이상 바다 위를 항해해야 했던 대항해시대의 선원들에게 술은 필수품이었습니다 [39:22]. 벽돌처럼 딱딱한 빵과 소금에 절인 짠 음식을 그나마 맛있게 먹게 해준 것이 와인이었습니다 [39:47]. 또한, 배 밑바닥에 무거운 술통을 가득 실으면 배의 무게 중심이 낮아져 평행수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항해도구로서의 역할도 했습니다 [40:17].
하지만 일반 와인(알코올 도수 15% 내외)은 장기 항해 중에 쉬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40:36].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사람들은 와인에 와인을 증류한 술인 브랜디(Brandy)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약 22%까지 높였습니다 [41:06]. 이렇게 만든 술이 주정 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며, 포트(Port), 셰리(Sherry), 마데이라(Madeira)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41:15]. 알코올 도수가 20도 이상이 되면 술을 발효시키는 효모를 포함한 대부분의 균이 사멸하여 술이 변질되지 않습니다 [41:21]. 주정 강화 와인은 선원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자 물 대신 갈증을 해소해 준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41:44].
3. 예술가들의 뮤즈, '녹색의 요정' 압생트 🧚
18세기 후반, 당대의 모든 유명 화가, 시인, 문학가들이 사랑했던 술이 있었습니다. 바로 '녹색의 요정' 혹은 '녹색의 악마'라 불린 압생트(Absinthe)입니다 [42:24]. 압생트는 향쑥(Wormwood)이라는 독특한 재료를 넣어 증류한 술로, 알코올 도수가 무려 70도에 달했습니다 [42:30]. 물을 타서 마시는데, 물을 섞을수록 투명한 초록색에서 우윳빛의 하얀색(루쉬, Louche)으로 변하는 신비로운 특징을 가졌습니다 [42:52].
고흐, 보들레르, 헤밍웨이, 피카소 등 수많은 예술가들은 압생트를 마시면서 일종의 환각 작용을 경험했다고 믿었고, 이를 통해 작품 활동에 몰입했습니다 [43:51]. 에드가 드가(Degas)의 그림《압생트(L'Absinthe)》에서 보이는 남녀의 초점 없는 눈빛은 당시 압생트에 취한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43:21].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이 독한 술에 중독되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속출하자, 프랑스는 1919년 압생트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합니다 [44:11]. 당시에는 압생트에 마약 성분이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으나, 현대에 와서 과학 기술로 분석한 결과 사실은 마약 성분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1981년 유럽 연합은 다시 압생트의 생산을 허가하게 됩니다 [44:35].
4. 실패로 끝난 금주의 역사 🚫
술의 역사는 또한 금지(Prohibition)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44:43].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금주 정책은 미국의 금주법(1920~1933)입니다 [44:55]. '술 없는 미국'을 만들고자 발효된 이 법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 밀주와 조직 범죄의 창궐: 술이 사라지자 오히려 밀주(密酒)가 기승을 부렸고, 마피아 같은 거대 범죄 조직이 밀주 판매를 통해 막대한 세력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45:14].
- 국가 재정의 악화: 주류세(稅) 수입이 사라지면서 국가 재정은 열악해졌고, 동시에 밀주 단속을 위한 비용은 증가했습니다 [45:24].
결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금주법의 실패를 인정하고 1933년 법을 공식 폐지했습니다 [45:56].
우리나라 역시 술의 금지 역사가 깁니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시대부터 금주령(禁酒令)에 대한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수많은 금주령이 내려졌습니다 [46:06]. 이는 술을 빚는 데 식량(곡물)을 너무 많이 소비하여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46:2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은 언제나 경제와 도덕의 문제였으며,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었습니다.
5. 🧐 결론: 술을 지배하는 자만이 벗을 얻는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술은 단 한순간도 인간과 떨어져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47:34]. 인간은 그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재료로든,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 술을 만들었고 즐겼습니다. 술을 통해 위안을 얻고, 기쁨을 나누고, 다양한 문학, 예술, 그리고 생활 문화를 창조했습니다 [47:42].
하지만 박상현 칼럼니스트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매우 명료하고 중요합니다.
"이 모든 긍정적인 측면은 인간이 술을 지배할 때만 가능했습니다. 술에 지배당할 때 술은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47:47]
술은 그 자체로 문화적 가치를 지닌 '벗'이 될 수도, 삶을 파괴하는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술의 역사와 원리를 이해하는 전문가로서, 술의 지배당하지 않고 술을 즐기는 현명함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강연을 통해 술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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