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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약학⦁식품영양학/식품영양학

한중일 술 삼국지 1부 : 낭만의 시대, 문화가 된 술, 박상현

by csr1974m 2025. 10. 9.

[최강1교시] FULL ver. 한중일 술 삼국지 1부 : 낭만의 시대, 문화가 된 술 l 맛칼럼니스트 박상현


1. 왜 15세기부터인가? ✨ 중세의 낭만 시대 (15세기~19세기)

술의 역사를 너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작 우리가 오늘날 즐기는 술의 원형에 대한 이야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02:03]. 그래서 저는 한중일 세 나라의 술을 비교하는 특정 시점을 정했습니다. 바로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입니다 [02:07].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 이 시기는 한중일 세 나라가 큰 혼란을 비교적 빠르게 수습하고 평화로운 시기를 맞이한 때입니다 [03:06]. 조선은 14세기 말 건국 이후 520년간 한반도를 통제했으며 [02:20], 중국은 명나라와 이후 청나라의 시기를 거치며 왕조를 이어갔습니다 [02:32].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국시대 혼란 수습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江戶幕府)**가 265년간 평화로운 시기를 유지했습니다 [02:53].
 
평화는 문화의 꽃을 피웁니다. 시절이 평안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학문, 문화, 예술에 힘쓰게 됩니다 [03:19]. 저는 이 시대를 **'중세의 낭만의 시대'**라고 칭하며, 주류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됩니다.

  • 중국 명나라: 주연(酒宴) 문화의 발전 [03:33].
  • 일본 에도 시대: 서민적인 술집 풍경 등장 [03:33].
  • 조선 시대: 주막집이 성행 [03:44].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세 나라 모두 주류 문화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며 지배계급뿐만 아니라 대중들까지 술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됩니다 [03:56]. 수요가 증가하니 공급이 늘고, 자연스레 술 빚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한중일 술의 원형(原型)이 확립되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04:07].


2. 한중일 술의 원형: 발효주와 증류주 🍶

15세기 이후 정립된 한중일의 술은 크게 발효주증류주로 나뉩니다 [04:21].

구분 한국 (조선) 중국 (명/청) 일본 (에도)
발효주 청주 (유교의례 필수) 황주 (黃酒) (역사와 함께 시작) 사케 (清酒) (18세기에 양조법 정립)
증류주 소주 (燒酎) (원 간섭기 전래, 후기에 인기) 백주 (白酒, 바이주) (원나라 시기 등장, 청나라 중엽 열풍) 쇼추 (焼酎) (16세기 류큐/큐슈 전파)


🥂 발효주 (Fermented Liquor)

  • 한국의 청주: 유교 사상을 실천하는 데 필수적인 술로, 맑고 깨끗한 술을 빚는 데 선조들은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04:35].
  • 중국의 황주 (Huangjiu): 곡물로 빚는 발효주로, 중국 역사와 함께 시작된 가장 오래된 술입니다 [05:02].
  • 일본의 사케 (Sake): 15세기 무로마치 시대에 이미 교토에 수백 곳의 술집이 있었을 정도로 양조 문화가 활발했으며, 특히 사찰의 승려들이 많이 빚었습니다 [05:43]. 18세기에는 오늘날과 동일한 양조법이 완성됩니다 [06:01].

🔥 증류주 (Distilled Liquor)

  • 한국의 소주: 원나라가 고려를 침공했을 당시에 전파된 증류 기술이 조선시대에 꽃을 피웠고, 조선 후기에는 청주를 뛰어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04:51].
  • 중국의 백주 (Baijiu): 원나라 시기에 등장한 증류주로, 청나라 중엽에는 전국적으로 바이주 열풍이 불 정도였습니다 [05:32].
  • 일본의 쇼추 (Shochu): 16세기에 동남아에서 류큐(오키나와)로 증류법이 전해졌고, 17세기에 큐슈로 전파되어 18세기에는 큐슈를 대표하는 술이 됩니다 [06:28].

🧐 전문가 Tip: 한국의 소주(燒酎)와 일본의 소주(焼酎)는 한자가 다릅니다 [07:09]. 한국은 일반적인 술 주(酒)자를 쓰지만, 일본은 진할 주(酎)자를 씁니다. 오늘날 여러분이 즐겨 드시는 희석식 소주의 '소주(燒酎)'가 바로 일본식의 진할 주(酎)자를 쓴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뒤에서 설명할 근대 주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07:29].


3. 동아시아 술의 세 가지 공통 분모 🍚🌱💧

한중일 술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술을 빚는 근간이 되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곡물, 누룩, 흙 [07:52]. 이 세 가지는 세 나라 술 문화의 뿌리이며, 동아시아 술을 **'빚는다'**는 행위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 (1) 곡물 (Grain)

한중일의 발효주와 증류주는 모두 곡물에서 출발합니다 [09:10]. 쌀, 보리, 조, 수수, 콩 등 주식(主食)이 되는 곡물로 술을 빚습니다. 이는 세 나라가 쌀을 중심으로 한 밥상을 차리고, 그 주위에 반찬과 국을 놓는 동일한 식탁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09:34]. 주식이 곡물인데, 그 곡물로 술을 빚었으니 술 문화 역시 동일한 뿌리를 가질 수밖에 없겠죠.
 

🦠 (2) 누룩 (Nuruk / Koji / Qu)

곡물이 수리 되도록 만들어주는 술의 구조를 잡아주는 것이 바로 누룩입니다 [09:57]. 술의 기본 원리는 발효입니다. 효모(미생물)가 **당(糖)**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죠 [10:12]. 문제는 쌀 같은 곡물은 달지 않다는 것입니다. 쌀이 가진 전분을 효모가 먹을 수 있는 **당(糖)**으로 바꿔주는 당화(糖化) 효소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누룩입니다 [11:15].
 
더 나아가, 누룩은 당화 효소뿐만 아니라 발효를 시켜주는 효모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11:29]. 그래서 곡물과 누룩을 섞어주면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이를 주류학에서는 '병행 복발효(竝行複醱酵)'라고 하며, 이는 한중일 술이 가진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자 핵심 기술입니다 [11:39].
 
그러나 각 나라의 누룩은 형태와 제작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나라 명칭/특징 제작 방식
한국 전통 누룩 (덩어리 누룩) 곡물을 빻아 덩어리로 만들어 공기 중의 다양한 미생물을 붙여 사용. 잡균 통제가 어려워 오랜 경험과 노하우 필요 [13:49]. (예: 금정산성 누룩, 오메기술 누룩) [12:24].
중국 대곡 (大曲) / 부곡 (麩曲) 대곡: 쌀, 밀, 완두콩 등으로 만든 큰 벽돌 모양. 누룩 덩어리와 입자가 큼. 대부분의 유명 백주에 사용 [14:45]. 
부곡: 밀기울(통밀 껍질)로 만든 가루 형태. 1955년 개발. 양이 많고 빨리 빚어져 연태고량주 등에 사용되며 가격이 저렴한 편 [15:22].
일본 입국 (粒麹) / 흩임 누룩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잡균 통제가 중요. 쪄낸 쌀 위에 순수 배양된 곰팡이 포자 (종국)를 가루로 뿌려 쌀알갱이 자체가 누룩 역할을 하게 함 [17:18].
잡균의 번식을 최소화한 과학적인 방식 [17:41].


🌍 (3) 흙과 기후 (Soil & Climate)

술의 완성에는 결국 땅 (土, 흙)이 중요합니다 [18:06]. 좋은 땅은 많은 곡물을 수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빗물이 땅을 통과하며 정화 작용을 거쳐 풍부하고 맑은 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18:27]. 발효주에는 물이 무려 80%나 들어가므로 [18:37], 물의 품질은 술의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기후 조건: 한중일은 온대 기후대와 아열대 기후대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적절한 강수량을 가집니다 [19:19]. 이 조건은 농사와 함께 술을 빚는 데도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 강수량과 양조: 특히 일본의 서쪽 해안 지역(동해와 마주 보는 지역)은 겨울에 눈이 많아 강수량이 높습니다 [20:16]. 전통적으로 술은 겨울에 빚었는데 [20:26], 이는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눈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낮춰 술이 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1:10]. 아키타, 니가타 등 눈이 많은 지역이 사케로 유명한 이유입니다.
  • 술잔과 술병 (도자기): 흙은 또한 술을 담는 그릇, 즉 도자기 문화의 발달로 이어집니다 [22:20]. 한국과 중국은 이미 10세기부터 흙으로 빚은 술병과 술잔을 사용했으며, 특히 1,200도에서 1,400도의 고온으로 구워내는 자기(瓷器) 기술은 당대 최고의 하이테크놀로지였습니다 [23:03]. 흙은 술을 마시는 방식과 문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4. 한중일 발효주 심층 탐구 🍾

이제 각 나라를 대표하는 발효주인 황주, 사케, 청주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 중국의 황주 (黃酒, Huangjiu)

황주는 쌀, 조 등 다양한 곡물과 누룩, 물로 빚어지며 [24:06], 항아리에 넣어 장기 숙성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숙성되는 동안 술이 호박색, 즉 황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황주'라고 불립니다 [24:28].

  • 맛의 특징: 맑고 순하며 부드러운 황주는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신선한 맛, 떫은맛까지 무려 6가지 맛을 가지고 있어 [24:42] 굉장히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합니다.
  • 지역별 분류: 청나라 시대에는 양쯔강을 기준으로 북주(北酒)와 남주(南酒)로 나뉘었습니다 [25:26]. 남주 지역의 술은 북쪽으로 올라가도 변질의 염려가 적었으나, 북주의 술은 덥고 습한 남쪽으로 내려가면 쉽게 변질되었습니다. 결국 남주가 시장을 장악하게 됩니다.
  • 대표 황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소홍주(紹興酒, 샤오싱주)입니다 [26:10]. 저장성(浙江省) 샤오싱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술이 황주를 대표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기후 차이와 품질 유지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26:35].
  • 안타까운 현실: 중국인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중국 전체 술 소비량에서 황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맥주, 백주, 와인을 즐겨 마십니다 [25:14].

🇯🇵 일본의 사케 (清酒, Sake)

일본의 사케는 이미 18세기에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빚어지기 시작했으며, 그 양조법이 거의 원형 그대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7:01].

  • 도지(杜氏) 제도: 18세기에 등장한 도지는 술 빚는 전체를 총괄하는 총괄 디렉터 역할을 하는 직업입니다 [27:24]. 도지에 따라 술의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유명 도지가 어느 양조장으로 스카우트되었는지가 그 술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27:51].
  • 주조년도(酒造年度): 사케는 계절의 변화에 철저하게 순응하며 빚습니다. 일본의 주조년도는 7월 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로, 쌀 수확과 양조 과정을 따릅니다 [28:28].
  • 스기타마 (杉玉): 삼나무 잎으로 만든 술 구슬을 스기타마라고 합니다. 양조장 입구 처마 밑에 푸른 스기타마를 걸어두면'양조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이며 [29:16], 시간이 지나면서 푸른 스기타마가 빛이 바래지면 '새 술이 시중에 출시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훌륭한 사인보드 역할을 했습니다 [29:42].
  • 양조 전용 쌀: 일본은 밥을 지어 먹는 쌀과는 별개로, **사케를 빚기 위한 전용 쌀(酒造好適米, 슈조 고테키마이)**을 품종 개량하고 재배합니다 [30:12]. 어떤 쌀로 빚었느냐가 사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 쌀 깎기 (精米): 사케 양조의 독특한 특징은 쌀을 깎는 비율입니다. 쌀알의 바깥쪽에 있는 단백질과 지방은 술의 잡미(雜味)를 유발하므로, 술에 꼭 필요한 전분만 남기기 위해 쌀을 깎아냅니다 [31:02]. 에도 시대 때는 50%까지 깎았지만, 오늘날에는 무려 70% 이상을 깎아내고 중앙의 20~30%만으로 술을 빚는 술이 나올 정도로 [31:40],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잘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 한국의 청주와 가양주 (家釀酒)

한국의 청주는 유교적 이념을 술로 승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32:39].

  •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 사대부 집안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일, 즉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맞는 일에 반드시 술이 필요했습니다 [32:48]. 특히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 술은 청향(清香)이라 하여 맑고 가벼워 하늘에 닿는 술이어야 했기에, 맑은 청주를 사용했습니다 [33:10].
  • 가양주 문화: 매번 술을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집집마다 그 지역과 계절에 맞는 재료를 활용하여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양주(家釀酒) 문화입니다 [34:02]. 조선시대의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 고서적에 등장하는 술의 종류만 해도 무려 45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34:17], 조선은 이 가양주 문화 덕분에 술의 다양성이 꽃을 피웠습니다.
  • 탁주/청주/막걸리 구분: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주류 명칭을 명확히 정리해 봅시다 [34:50].
    1. 탁주 (濁酒): 술통에 막 걸러냈을 때, 아직 필터링을 거치지 않아 전체가 탁한 술을 말합니다 [35:01].
    2. 청주/약주: 탁주를 가만히 놔두면 찌꺼기가 가라앉고 위에 뜨는 투명하고 맑은 부분청주 또는 약주라고 합니다 [35:11].
    3. 막걸리: 밑에 가라앉은 찌꺼기 부분을 다시 모아 보자기로 짜거나 용수로 거르거나 알코올을 첨가해 끓여낸 술입니다. '금방 긁어냈다' 혹은 **'막 걸렀다'**는 의미에서 이 찌꺼기 부분으로 만든 술을 막걸리라고 부릅니다 [35:32].


5. 한중일 증류주 심층 탐구 🔥

발효주 다음으로는 도수가 높은 증류주가 15세기 이후 한중일을 뒤덮기 시작합니다 [35:47].
 

🌍 증류 기술의 확산 경로

  • 기원: 증류기는 원래 아라비아에서 향수(香水)를 만들기 위해 발명되었습니다 [36:12].
  • 유럽 전파: 십자군 원정대가 아라비아에서 이 기술을 발견하고 유럽으로 가져가, 위스키, 코냑, 브랜디, 보드카 등의 술이 탄생하게 됩니다 [36:37].
  • 동아시아 전파: 칭기즈칸 이후 몽골제국(원나라)이 영토를 확장하면서 러시아 쪽에서 증류 기술을 접하고 이를 도입합니다 [36:48]. 마유주(馬乳酒)처럼 도수가 낮고 쉽게 변질되던 술을 마시던 몽골족에게 이 증류 기술은 **'신세계'**였습니다 [37:34]. 이 기술은 원나라를 통해 고려 한반도까지 전파됩니다 [37:45].

🇰🇷 한국의 소주 (燒酎)

한국의 소주는 고려 시대 원 간섭기(13세기 초)에 한반도에 전래됩니다 [37:54]. 원나라가 고려를 직접 다스리기 위해 설치한 쌍성총관부, 동녕부, 탐라총관부(제주도) 이 세 지역을 중심으로 원나라 문화와 함께 소주가 퍼지게 됩니다 [38:20].

  • 소주 꼬리/고소리: 발효주를 끓여 증류주로 만드는 도구를 소주 꼬리 혹은 **고조리(고소리)**라고 하는데 [38:35], 제주도에서는 검은 현무암 흙으로 만든 고소리가 13세기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39:01].
  • 전통 명주: 조선 후기가 되면 증류주에 대한 선조들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명주가 탄생합니다 [39:39].
    • 조선 3대 명주: 육당 최남선이 1946년에 꼽은 감홍로, 중력고, 이강주는 지금까지도 인기가 높습니다 [40:04].
    • 지역 소주: 고려시대부터 명맥을 유지한 안동소주, 제주 고소리술 등이 있습니다 [40:25].
    • 서울의 인기 소주: 서울 마포에서 빚던 삼해소주는 조선 후기에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랑받았습니다 [40:35].

🇨🇳 중국의 백주 (白酒, Baijiu)

장예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 [41:12] 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백주를 빚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수수입니다 [41:23]. 수수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가을에 넓은 밭이 붉게 물드는 모습에서 영화 제목이 유래했죠.

  • 고태 발효법 (固態醱酵法): 중국 백주만의 매우 독특한 증류 방식입니다. 쌀과 누룩을 버무려 물을 붓고 발효시키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좋은 백주는 처음부터 물을 사용하지 않고 고체 상태로 발효를 진행합니다 [42:06].
  • 국교 (國窖): 곡물과 누룩을 **구덩이(窖)**에 채우고 황토 흙으로 덮어 물 한 방울 없이 발효를 시킵니다 [42:48]. 발효된 고체를 증류기에 넣어 밑에서 물을 끓이면, 증기가 발효된 곡물이 가진 향과 알코올을 뿜어내 증류주가 흘러나옵니다 [43:25]. 이는 마치 원두커피를 드립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3:55].
  • 고도주: 백주는 맑고 투명하며 향기가 진하고 맛이 탁월합니다. 유럽 위스키가 보통 40~45도인 것에 비해, 중국 백주는 52도에서 54도 정도로 매우 도수가 높은 고도주를 판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44:42].

🇯🇵 일본의 쇼추 (焼酎)

일본의 소주(쇼추)는 16세기에 동남아시아에서 류큐국(오키나와)으로 증류법이 전파됩니다 [45:10].

  • 아와모리 (泡盛): 오키나와에서 증류시킨 술을 아와모리라고 합니다. 아와모리의 독특한 점은 한국, 중국, 일본 본토에서 주식으로 먹는 짧고 동글한 자포니카 쌀이 아닌, 동남아시아의 길고 홀쭉하며 찰기가 없는 인디카 (안남미) 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입니다 [46:06]. 이는 동남아에서 기술이 전파되었기 때문이며, 아와모리는 항아리에 넣어 수십 년간 장기 숙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46:27].
  • 큐슈의 소주: 아와모리 제법은 17세기에 가고시마로 전파되어 18세기에는 큐슈 지방을 대표하는 술이 됩니다 [46:39]. 가고시마는 소주 천국으로 불릴 정도인데, 17세기에 고구마가 전래되면서 고구마를 쪄서 2차 발효에 사용하는 고구마 소주가 유명해집니다 [47:14].
  • 다양한 재료: 고구마 소주 외에도 보리, 메밀, 쌀 등 다양한 곡물을 이용해 소주를 빚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소주는 바로 가고시마의 고구마 소주라 할 수 있습니다 [47:23].


6. 결론: 20세기를 향하며 🚀

지금까지 우리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한중일 세 나라가 누렸던 '낭만의 시대'에 꽃피웠던 술 문화의 원형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47:37]. 곡물, 누룩, 흙이라는 세 가지 공통 분모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기후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청주/황주/사케, 소주/백주/쇼추라는 독창적인 주류 문화가 정립되었습니다.
술은 의식주 중에서도 기록될 수 있어도 전승되기는 어려운 음식과 달리, 좋은 술을 빚는 방식과 미생물은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아 한중일 식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문화적 자산입니다 [49:09].
하지만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한중일의 역사는 정말 격동의 시절로 접어들게 됩니다 [47:51]. 이 급격한 근대사의 흐름은 술 문화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48:35]. 다음 시간에는 이 격변의 근대사 속에서 한중일 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재정립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