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앙증맞은 꽃이 함박웃음 짓는 명자나무 [조길익의조경더하기]
[조길익의 조경더하기] 앙증맞은 꽃이 함박웃음 짓는 명자나무 - 아파트관리신문
어릴 적 여자친구들 이름에는 영자, 순자, 춘자처럼 ‘자’자(字) 돌림이 많았었다. 나무 이름도 그에 못지않게 유자, 탱자, 매자 같은 이름이 적잖은데 비자도 있고 치자, 구기자, 오미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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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자친구들 이름에는 영자, 순자, 춘자처럼 ‘자’자(字) 돌림이 많았었다. 나무 이름도 그에 못지않게 유자, 탱자, 매자 같은 이름이 적잖은데 비자도 있고 치자, 구기자, 오미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영자도 춘자도 아닌 바야흐로 ‘명자’의 전성시대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를 온통 명자꽃이 뒤덮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꽃들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난다. 예전 같으면 매화-목련-복사꽃이 시차를 두고 차례로 피고 지련만, 짧디짧은 봄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게 한다. 밤새 복사꽃도 조팝나무도 꽃을 피워 꽃시계는 시시각각 빨라지고, 꽃 달력도 매일매일 넘기기에 벅차다. 여기저기 눈길 닿는 데마다 붉디붉은 명자꽃 몽우리가 터질 듯 부풀었다.
명자나무(Flowering quince, 산당화(山棠花), 명자꽃, 애기씨꽃)는 장미과에 속하는 갈잎 넓은잎나무로써 어른 키 정도까지 자라는데 4월 중순인 요즘 앙증맞은 꽃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꽃은 5월까지 비교적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피는데 품종에 따라 빨강, 분홍, 주황, 흰색의 꽃이 촘촘하게 뻗은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그러다 꽃이 지고 가을이 되면 올망졸망 모과 닮은 열매가 누렇게 익는데, 영명 Flowering quince(꽃피는 모과)가 말해주듯 향기며 생김새가 모과와 똑 닮았다.
명자라는 이름은 ‘명사(榠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데, 풀명자를 뜻하는 한자 ‘樝’가 포함됐었기에 미뤄 짐작해 봄직하다. 명자나무는 작은 키에 줄기가 빼곡하게 자라는 데다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도 있어 산울타리로 심어 가꾸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가시가 있으니 어린이집 주변이나 놀이터 경계에는 심지 않는 게 좋다.
쓰임새를 보면 공원이나 정원에 명자꽃을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데, 홀로 심어도 좋고 다른 봄 화목과 섞어 심어도 좋다. 가로화단에 줄지어 심기도 하고 경계에 산울타리로 심어 전정하면 훌륭하다. 맹아력이 강해 나무 모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있기 때문인데, 꽃이 선명하고 아름답기에 분재로도 인기가 높다.
가황(歌皇) 나훈아의 ‘명자’라는 노랫말에는 어릴 적 정겨운 동네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고, 오래전부터 ‘명자’라는 고유명사는 사람과 꽃을 넘나들면서 시화(詩畫)의 소재로서 감칠맛을 더했던 터라 명자꽃 사랑이 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워낙 강렬한 빛깔의 꽃잎은 그러잖아도 봄볕에 들뜬 처녀들의 마음을 부추겼을 터, 집안에 심기를 꺼렸던 모양이다. 그래도 생기발랄한 명자꽃을 심어보자. 아낙들의 심장박동수를 부추기면 좀 어쩌랴. 지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도 아닌걸….
※ 관리 포인트
-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하며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 지나치게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으면 잘 자라므로 관리가 비교적 수월하다.
- 번식 방법은 가을에 잘 익은 씨앗을 받아 한데 묻어뒀다가 봄에 심거나, 지난해 자란 가지를 물 빠짐이 좋은 흙에다 가을에 꺾꽂이한다.
- 병충해에 강한 수종이지만 반점병, 갈색점무늿병, 회색 곰팡이병과 어린 새 가지에 진딧물이 끼기도 하니 제때 방제가 필요하다.
- 대기 오염에 견디는 힘도 강하고 어디서나 잘 자라기에 삭막한 도심 속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적합한 수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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